타이포그래피 첫 원칙

인쇄 분야의 실험

심지어 타이포그래피적 특이성이나 형식적인 기교보다 무미건조한 조판과 단조로움이 독자에게 더 낫다. 상업이나 정치 혹은 종교를 막론하고 선전선동용 타이포그래피에서 이러한 기교는 바람직하고 심지어 본질적인 것이다. 그러한 인쇄물에서는 가장 참신한 시도만이 무관심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적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몇몇 한정판을 제외하면 관습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인쇄는 본질적으로 복제의 수단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물론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도 좋아야 한다. 목적이 광범위할수록 인쇄업자가 지켜야 하는 제한도 엄격해진다. 50부 정도 인쇄하는 소책자로는 실험을 해볼 수 있지만, 5만 부로 같은 실험을 한다면 상식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16쪽 책자에 어울리는 신선함은 160쪽짜리 책에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성은 타이포그래피의 본질이며 책‘으로’ 인쇄

된 책의 본성이다. 책이 타이포그래피적 실험의 매체인 경우 인쇄 부수가 명분에 맞게 제한되겠지만, 하나의 개별적인 용도라면 원고 즉 필사본이 남게 되므로 특별한 인쇄본을 제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실험을 하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 작품들이 숫자나 감성 면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에는 ‘영감inspiration’이나 ‘부흥revival’보다는 ‘조사investigation’가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많은 서적 인쇄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일부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미 여러 번 확인한 내용으로, 인쇄업자가 아닌 사람들도 참고하여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II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책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지배하는 법칙은 알파벳으로 쓴 글의 본질적인 성격을 우선한다. 두 번째로는 인쇄업자가